글자크기
  • 보내기
    URL

[홍보처] 캠퍼스 태권도 소녀 ‘금메달 인생’ 꿈꾼다.

조회수
5,559
등록일
2011-04-06 17:30

캠퍼스 태권도 소녀 ‘금메달 인생’ 꿈꾼다.

-국제 태권도학과 임청아랑 “2년간의 슬럼프를 통해, ‘초심’을 배웠습니다. 저랑 12년간 친구로 지낸 태권도지만, 제가 연습을 하루라도 소홀히 하면 매정하게 변하는 무서운 친구가 바로 ‘태권도’예요.”
대경대학 창업보육센터 302호는 국제 태권도학과 신입생의 연습소다. 정규수업시간이 끝난 6시 이후부터 학생들의 체력단련과 겨루기 연습장소로 제격이라, 재학생이 자율적으로 모여 자신의 기량을 다지는 태권도 연습소로 사용하고 있다.

연습소 한 편에선 겨루기가 한창이었다. 여학생이 왼발을 힘차게 내딛으며 남학생을 향해 몸통 찌르기를 하고, 남학생은 오른손 날을 들어 방어를 한다. 여학생은 ‘합!’하는 우렁찬 기합소리로 남학생을 제압했다.

매서운 눈초리를 가진 여학생은 발등을 뻗어 남학생과 한판승부를 승리로 마무리했다. 겨루기 동작마다 태권내공이 묻어나오는 그녀는 임청아랑(국제태권도학과 1년, 20) 씨다.

숨을 거세게 두 차례 몰아쉬더니, 손에 쥔 500ml 생수를 단숨에 들이킨다. 고된 연습량에도 냉수 한 잔이면 피곤함이 싹 가신다는 그녀는 국제태권도학과의 연습벌레로 정평이 나있다.

새카맣게 물든 발바닥, 미간사이에 굵게 맺힌 땀방울을 응시하니 임 씨는 이를 드러내며 웃더니 “제 모습이... 조금 그런가요?”한다.

“20대 여자라면 화장하고 꾸미는 게 당연하겠지만, 제 20대는 오롯이 태권도로만 채우고 싶어요. 무엇보다 지금은 다른 친구보다 10배 100배로 노력해야 할 중요한 시점이예요.”

임청아랑 씨는 12년 동안 태권도를 해왔다. 자신의 인생 절반을 태권도와 친구먹은 그녀가 남들보다 몇 배로 노력해야 한다기에 “정말 듣던 대로 노력파”라고 칭찬을 던졌다.

그녀는 경직된 얼굴로 손사레를 친다. “전 2년간의 공백이 있었어요. 운동하는 친구들은 하루만 쉬어도 운동감이 떨어집니다. 그만큼 연습이 중요한 게 운동이고, 태권도도 그렇죠. 전 2년이나 태권도를 멀리했으니, 다른 친구들보다 100배 1000배 노력해야 기량의 차이를 좁힐 수 있는거죠.” 경상도 억양의 그녀의 말투가 점점 빨라진다.

그녀는 한 때 소위 말하는 ‘잘나가는 태권도 유망주’였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시절까지 교내 태권도 선수로 활동하며, 각종 도내 대회에서 금메달을 10여 회 휩쓸 정도로 실력도 좋았다..

고등학교도 태권도 팀이 꾸려져 있는 곳으로 진학했다. 고등학교 1학년, 태권도 선수로 승승장구하던 그녀에게도 반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왔다. 특별한 계기없이 임 씨는 슬럼프에 빠져 2년 동안 태권도와 점점 멀어졌다.

그녀가 다시 태권도를 시작하게 된 건 고등학교 3학년 하반기 쯤. “같이 운동하던 친구들이 전국대회나 도내대회에서 우승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고 학교로 돌아오는 모습을 보니 제가 한없이 작아보였어요. 2년 동안 나의 기량은 땅바닥까지 떨어졌고, 친구들은 대회 우승을 거머쥘 만큼 기량이 늘었죠.” 임 씨는 허스키한 목소리로 짧게 웃더니, “태권도를 다시 시작한 건 순전히 경쟁심일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기량은 경쟁심만 있다고 해서 태권도가 늘진 않아요. 온전히 제 힘으로 극복하고, 연습해서 예전의 기량을 되찾을 겁니다.” 임 씨의 눈동자엔 흔들림이 없다.

그녀는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대경대학 국제태권도학과를 선택했고, 12년간의 자신의 내공을 찾기 위해 쉼표없는 하루를 보낸다.

오전 9시부터 6시까지는 정규수업을 듣고, 방과 후엔 5시간의 나머지 훈련을 한다. 빡빡한 훈련 일정이 힘들지 않냐 물으니 “한계에 다다를 때 까지 운동하고, 냉수 한 잔에 힘든 걸 싹 잊게 되죠.” 오른 손으로 컵 모양처럼 둥그렇게 만들더니, 물 마시는 시늉을 했다.

국제 태권도학과의 박정욱 교수도 임 씨의 못 말리는 태권도 열정엔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는 우스개 소리를 할 정도로, 기량을 회복하기 위한 임 씨의 태권도 열정은 학과에선 유명세를 치른 지 오래다.

‘맑고 투명한 옥처럼 곱게 자라라’는 뜻의 ‘임청아랑’이란 여성적인 이름과 반대로, 그녀는 다소 남성적인 태권도 인생을 택했다 훈련 중 찾아오는 잦은 부상과 재활은 일상이 됐다. 부모님은 임 씨의 잦은 부상에 속이 상해, 태권도 진로를 반대했다.

2년간의 슬럼프와 부모님의 반대를 극복하고 임 씨는 다시 태권도를 시작했다. 임 씨는 태권도를 다시 시작한 이유는 ‘몸이 기억하는 긴장감과 떨림’때문이라고 말한다.

“도내대회 직전엔 온몸이 찌릿해요. 태권도를 통해서 ‘진짜 내가 살아있구나’란 걸 느껴요. 차근차근 준비해서 전국대회에 나갈겁니다. ‘금메달’의 결과도 중요하겠지만, 우선은 전국대회에 참여해서 그 짜릿함을 느끼고 싶어요.” 잇몸이 드러날 정도로 껄껄 웃더니, 도복의 소매로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임청아랑 씨는 “슬럼프를 통해 저 스스로가 많이 강해졌어요. 어쩌면, 슬럼프가 찾아온 게 제 인생의 기회란 생각이 드네요.”라며, 운을 땠다. “12년 간 운동했던 이력을 없는 셈치고, 초심으로 돌아가 하루 하루를 태권도와 함께 하고 있어요. 명확한 목표가 생기니, 오히려 슬럼프가 고맙게 느껴지네요.”한다.

그녀의 최종 목표는 ‘금메달 인생을 사는 것’. 결과보단 태권도 자체에 의미를 두던 그녀가 금메달 인생을 산다고 하니, 조금 의아했다.

“우리나라의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 선수의 기량이 성별의 잣대로 평가되고 있어요. ‘여성 태권도’도 여성선수의 경기라고 대중들은 소위 ‘시시한 경기’라고 평가하죠. 우선 다양한 대회경험으로 태권도 노하우를 쌓고, 여성 태권도 지도자가 돼 여성 태권도의 에 이바지하고 싶어요.”

임 씨는 막힘없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금메달 인생이 별건가요? 제 재능으로 제자를 양성하고, 태권도 세계의 보이지 않는 유리벽을 깨는 게 임청아랑만의 금메달 인생이지요.”

팝업건수 : 총
오늘하루 열지않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