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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학온 중국유학생 왕자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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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02-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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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02년 4월 30일] 한국 유학온 중국유학생 왕자잉

“재미로 시작한 모델이 이젠 운명이 되었어요”
“이好! 我在韓國當模特兒了(안녕하세요! 한국에서 모델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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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으로 모델 유학을 온 중국 ‘구냥’(姑娘·아가씨) 왕자잉(19). 178㎝에 52㎏.
모델로서는 이상적인 체형에다 만만찮은 끼까지…. 한눈에도 ‘될성부른 나무’라는
느낌이 든다.
자잉은 고향인 중국 다롄(大連) 경공업대학을 다니다 올해 초 대구 대경대학 모델과로
유학을 왔다.

“중국에서 모델로 활동하다 좀더 전문적인 모델관련 교육을 받고 싶어 한국유학을 결심하게 됐어요”

자잉이 모델로 데뷔한 것은 고3때인 지난해 9월.선생님의 권유로 재미삼아 "신쓰루(新絲路) 모델대회"에 출전했다 덜컥 1위에 입상해 버린 것. 본인도 모델에 관심이 있었고
적성도 맞다고 생각했던 터라 아예 방향을 그쪽으로 잡았다.

타고난 재능과 열정 하나만 믿고 오른 한국 유학길은 그러나 만만치만은 않았다.
난생 처음 부모님과 떨어져 스스로 모든 걸 책임지고 해결해야 하는 부담감이 자잉을 짓눌렀다. 한국 문화와 음식도 낯설었고 말도 통하지 않아 곤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자잉의 노력과 열정 속에 묻혀버렸다. 학교 친구들과 지도교수들의
따뜻한 관심도 그녀에겐 큰 힘이 됐다.

“모델의 길로 들어선 이상, 한국으로 유학까지 온
이상 될 수 있는 한 많은 것을 배운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하루종일 스케줄이 빡빡하지만
힘든 줄 모르겠어요”


자잉은 다음달 대구에서 열리는 ‘세계 대학생 패션페어 2002’에 출전한다. 한국과 중국,
일본, 호주, 이탈리아, 러시아 6개국이 참가하는 이번 대회에서 한국대표로 출전하는
그녀. 한국무대에 처음 서는지라 이를 대비하느라 구슬땀을 흘린다. 아침에 눈떠서 새벽에
잠들 때까지 반복되는 워킹과 포즈연습에다 사진 촬영하랴 운동하랴 눈코 뜰 새 없다.
모델관련 비디오 자료를 보고 또 보고,케이블방송 패션관련 프로그램은 이젠 외울 정도다.

고향에서 열리는 무대라면 부모님과 친구들이 응원이라도 와주련만 오로지 혼자서만 준비
하고 무대에 올라야 하니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무척 긴장이 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해요. 한국에서의 데뷔무대잖아요. 하지만 등수 같은
것엔 연연하지 않아요. 최선을 다해 재능을 맘껏 발휘할 생각합니다”


슈퍼모델 신디 크로퍼드와 클라우디아 시퍼를 좋아한다는 자잉은 기회가 닿는다면 프랑스
나 이탈리아 무대에도 서보고 싶다고 한다. 또 모델활동을 접게 되면 디자이너로 데뷔해
중국문화를 세계감각에 맞게 녹여낸 옷들을 만들고 싶다고 한다.

“이왕 시작했으니 톱 모델이 돼야죠. 지켜봐주세요”. 자잉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호승기자 jbravo@kyunghyang.com